170㎝, 65㎏의 왜소한 체격. 그러나 그가 연단에 올라 몸짓 한 번 하면 3만 명이 일사불란하게 따른다. 벌써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그의 몸짓과 목소리에 웃고 울었다. 올 한 해 그는 서태지가 부럽지 않았다. 매일 3만 명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열었기 때문이다.
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 조지훈(29) 씨. 의외의 이야기부터 해야겠다. 조 단장은 부산팬들이 상상하던 모습과 조금 다르다. 먼저 부산 출신이 아니다. 지난 2006년 롯데 응원단장을 하기 전에는 부산과 별다른 연고가 없었다. 또 하나. 대학 시절 응원단에 서기 전에는 야구장에 가본 적이 없다. 한마디로 야구와 거리가 멀었다.
그렇다면 어떻게 롯데 응원단장을 맡았을까. 그는 2001년 프로야구 응원단과 인연을 맺어 한화에서 1년, KIA에서 2년을 각각 보냈다. 그리고 군 복무를 한 뒤 제대 무렵 롯데 측의 연락을 받고 부산갈매기와 운명적으로 만났다. 이미 3년의 프로야구 응원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사직구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. 조 단장은 "처음에 응원무대에 서니까 팬들이 응원단장이 바뀌었다고 못 미더운 눈초리로 쳐다봤다. 그리고 서울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욕도 했다. 덩달아 2006년엔 팀 성적까지 좋지 않아 정말 힘들었다"고 고개를 흔들었다.
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. 사직구장에 관중이 넘쳐나면서 조 단장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. 3만 관중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. 조 단장은 무대 체질이었다. 그는 "언제나 가슴이 설렌다. 내가 언제 다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설 기회가 있겠는가.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힘이 난다"며 웃었다. 그는 이어 "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이 빠져나간 사직구장을 보면 왠지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. 그럴 때일수록 다음날 경기 준비에 더욱 몰두한다"고 말했다.
올해 사직구장은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.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 말고도 즐길 것이 많다는 것이 팬들의 반응이다.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응원가와 구호다. 그것만으로도 한 주일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. 그렇다면 응원가와 구호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.
조 단장은 "많은 팬들이 '마'라는 구호에 궁금해 하는데 2003년에 만들어져 내가 왔을 때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. 나는 응원가에 많은 신경을 썼다"고 설명했다. 조 단장은 시즌이 끝나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귀에 익은 팝송과 가요, 클래식 등을 들으면서 응원가로 개사가 가능한 곡들을 모은다. 그 뒤 응원단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는데 조 단장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만든 '강민호 응원가'다. 조 단장은 덧붙여 올해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'가르시아 응원가'의 탄생 비화도 털어놨다. 그는 "사실 가르시아 응원가는 예전에 다른 선수에게 사용했던 것이다. 우연히 올해 응원단 회식자리에서 다시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면서 한번 불렀는데 채택돼 히트를 쳤다"고 귀띔했다.
조 단장이 응원 무대에 서는 것은 사직 홈과 잠실, 목동 경기다. 한 시즌 총 89경기다. 조 단장은 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황에 따라서는 격렬한 율동을 하거나 목에 핏발이 서도록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. 어찌보면 선수만큼 힘들다. 그는 "틈날 때마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관리한다. 진짜 힘든 건 팀이 패할 때다. 힘들어도 이기면 신명나고 보람을 찾는데 지면 배로 힘들다. 한 번은 롯데가 연패를 당했는데 우리가 응원을 못해서 그렇게 됐다고 팬들로부터 원망을 들은 적도 있다. 그런 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빠진다"고 털어놨다.
그는 롯데 응원단장 자리를 사랑한다. 조 단장은 "사석에서 선수들을 만났을 때 수고한다고 격려해주는 곳은 롯데가 유일했다. 또 선수들이 애교섞인 목소리로 좋은 응원가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힘이 난다. 다른 구단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"이라며 "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의 무한한 열정과 끼는 언제나 나 자신을 더 노력하도록 채찍질한다"고 말했다.
그의 꿈은 선수, 팬들과 비슷했다. 조 단장은 "선수들이 우승 반지를 영광으로 생각하듯이 나도 우승팀 응원단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다.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그 경기를 응원하는 것 이상의 영광은 내게 없다"고 힘주어 말했다. / 김희국기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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